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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년

expotential 2024. 7. 23. 01:58

두 눈을
살며시 감아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소리를 들어본다.

회색도시의 한가운데
바쁘게 움직이는 빗방울 사이에서

비에 흠뻑 젖는지도 모르고
가만히 서있는 한 소년이 보인다

길을 잃은 걸까
엄마를 잃은 걸까

옷이 점점 젖으면서
소년의 앙상한 뼈를 드러낸다

이제 이만하면 됐는데
빗방울은 거침이 없다

소년이 나를 쳐다본다

'얘야, 옆의 그늘로 들어가렴!'

소년은 움직임이 없다

내 외침이 들리지 않는 걸까
다시 한번 외쳐본다

소년은 움직임이 없다

도와주고 싶어 움직여보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소년이 하늘을 올려다 본다

갑자기 빗방울이
내 머리 위에 떨어진다

두 눈을 슬며시 떠보며
하늘을 올려다 본다

얼마나 더 내려야 그칠지
도저히 알 수 없는

회색도시의 한 가운데에
소년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