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EP01. 글쓰기는 '배설'로 부터 시작된다

expotential 2024. 7. 10. 22:38

# 잊지 못 할, 제주도 여행

 

구름빼고완벽



이번주 월요일에
저번학기에 같이 졸업 프로젝트를 했던 형들이랑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방금 막 집에 들어왔는데
형들이랑 나눴던 대화들을 다시 음미해보고 생각도 정리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진대"를 하면서 나눈 서로의 생각들, 고민들,
 
2박 3일로 길지 않았지만,
그 어느 여행보다 꽉차게 다녀온 여행,
잊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기록으로(시리즈) 남겨보려고 한다
 
 
- - -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갈림길에 들어서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아, 이건 바람 무조건 쐬러 가야겠다
안그러다가 머리 터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갈까 생각하다가
 
두어달 전부터 계속 카톡으로 제주도 놀러오라고
계속 서핑하러 제주도 좀 제발 오라고 하던 진수형 말이 생각났다
 
 
"수현아, 서핑은 담배야."
"한번 시작하면 빠져나올 수가 없어"
 
 
한 사람의 사고와 판단에 무의식이 주는 영향은 절대적이구나라고 다시 느낀게
계속 서핑서핑 얘기를 듣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서핑이 하고 싶어졌는지
 
무언가에 홀린듯이 번개로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되었다
 
원래 어디로 여행을 가든
최소 한달전에 계획 다 짜고 숙소도 다 잡는 J로서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서핑을 목적으로
번개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되었다
 
 

# 소중한 인연

 
우리가 전공이든 교양이든,
보통은 팀플로 만난 사람들과는 팀플이 끝나고 종강하면
서로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신기하게 작년 2학기에 진행했던 종합설계 졸업 프로젝트에서 만난 형들과는
단톡방에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계속 연락을 했었다
 
다같이 고생은 해서 유대감은 어느정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나중에도 꾸준히 연락하고 그러지 않는데,
우리가 결이 정말 잘 맞았던 건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거 아니죠? 하하)
어쩌다 보니 제주도 여행도 같이 가게 되었다
 
 
 

# 글쓰기는 '배설'로부터 시작된다

 
일주일 전에, 처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써봤는데
'이거 생각보다 글쓰는거 재밌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서 머릿속이 복잡할 때가 많아서
정리해주는 것이 중요한 사람인데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까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가 뭔지,
 
조금은 정리가 잘 되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다
 
 
또 위에서 말했듯이
글쓰는 것이 재밌다..!
 
내 생각을 글이란 매체로 표현하고 
남들에게 보여준다는 게 재밌는 것 같다
 
'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야 '
 
를 보여주는게 뿌듯하다고 해야될까?
 
표현력 아주 충만한 문장 하나 쓰면
괜히 월드클래스 된 거 같은 기분도 들고
 
하여튼 글쓰기 재밌는 것 같다
 
 
- - -
 
 
각설하고, 
위에서 서핑은 담배라고 했던 진수형은 책을 쓰는 작가이다.
 
( yes24, 교보문고, 쿠팡에서 '무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당 )
 
진수형한테 처음으로 블로그에 쓴 글 보여주면서
말도 안했는데 내가 쓴 글 피드백을 원하는 거는 또 어떻게 알았는지, 제주도에서 내 글에 대한 피드백을 하면서 해준 얘기 중 하나가
 
글 쓰기는 '배설'로 부터 시작된다는 얘기었다.
 
 
맞다.
'배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생각하는 그 단어가 맞다.
 
굳이 '내 뱉다'는 좋은말을 냅두고 '배설'이라고 한게 너무 웃겼다
 
원래 이 형의 말 스타일이 조금은 과격한 면이 있긴한데
이게 진수형의 매력이고 또 이런 말이 뇌리에 오래 남기 때문에 좋긴하다
 
어쨌든 저 말의 의미는
처음에 우리가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내 뱉으며 그 것을 읽기 좋게 정리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되는데,
 
그 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이
무의식적으로 맞다고 생각해서 쓰게 되는데 (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음 )
 
이 " 내가 쓰는 게 맞음 "의 태도가
글을 많이 쓰면서 내가 작성한 글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피드백을 받고, 
또 나 자신의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까지 합쳐지면서 
 
점점 " 내가 쓰는게 맞나? "의 태도로 바뀌며
이 태도로 글을 쓸 때
"진짜 글"을 쓰는 행위를 하는 거라고 말할수 있다고 했다
 

- - -


 
"글 쓰기"라는 행위는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의 내면 세계를 표출하는 예술의 한 형태인데
 
예술을 통해 한 사람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다양한 매체를 통한 내 내면세계의 표출과
그 표출한 것에 대한 외부세계의 인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잘"하기 위해선 좋은 글을 써야하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먼저 진수형이 말한 '배설' 부터 해야되는거구나를 느꼈다
 
 
내가 하는 글쓰기를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하니까,
괜히 책임감이 생기는 이유가 뭔지
글을 제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나는 성격이 급해서 처음부터 글을 잘 쓰고 싶어가지고 진수형한테 물어보니까
위와 같은 얘기를 해주었다.
 
어쨌든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가 생각했을 때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당연히 글을 잘 써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너무 그 생각에 매몰되지 말고
우선은 내 생각을 마구잡이로 '배설'하는데 포커스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는 게 힘들때, 강추합니당

# 철학의 묘미

'사는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박찬국 저)를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인생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듣기 이전에도 우리는 쇼펜하우어가 설파하는 인생의 실상을 이미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우리네 대부분은 쇼펜하우어처럼 분명하게 삶의 본질을 통찰하지 못한 채 그저 인생을 살고 있었을 뿐이지요.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단 한마디 말을 통해 인생의 본질은 새삼스레 우리 눈앞에 확연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아마 이런 것이 철학과 과학의 다른 점이자 과학이 줄 수 없는 철학의 묘미일 것입니다. 철학은 우리가 이미 흐릿하게나마 온몸으로 알고 있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부분인데,
철학의 묘미는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느끼고 있는 것을 철학을 통해 ( = 정돈된 문장을 통해 ) 나 자신의 마음에 분명하게 와닿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는 글쓰기가 철학처럼
내가 속에서 하는 생각들을, 내 내면세계를 정돈하여
내 자신에게 더 와닿게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나한테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아 그치만 또 너무 글쓰기를 수단으로써만 여기지는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