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악의 근원
나를 몇 개월 동안 괴롭히던 만악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괴롭게 하는지
그 근원을 드디어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내 불행의 근원은
직면 해야 하는 상황과 현실, 그리고 감정을 피함으로부터,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또 사랑하지 않는 것
그리고 이미 지난 과거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
이 것들로부터 기인했다.
# 사랑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없어
산책을 마치고 나서
진수 형은 자기 집이 있어서
우리 제주도 여행을 책임진 소중한 "마쩨띠"와 떠났고,
( 진수형은 술 안먹음. 음주운전 아닙니다. )
나랑 민수형은
게하에 조그맣게 딸려있는 술집에서
오코노미야끼 하나와
켈리랑 카스를 시키고 "진대"를 시작했다
"하.. 요즘 앞이 잘 안보여서 막막해"
"나도 이번에 지원한 곳 다 떨어져서 심란하다 심란해"
"마음이 급해 죽겠어. 안 그래도 급한 성격인데,
미쳐버리겠다 미쳐버리겠어"
나이를 점점 먹어서 그런가
이전의 20대 초반의 술자리에서
별 시덥지 않은 얘기로도
한 두 시간을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즐거웠던 순간들이 스쳐갔다
"형, 근데 나는 제주도 온 거 너무 만족해"
"팀플 인연이 여행까지 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어쩌다 보니 제주도까지 와버렸네 ㅋㅋㅋㅋ"
"모르겠어. 종설하면서 힘들긴 힘들었는데
막 우울하고 그러진 않았던 거 같아.
답답할 때는 있었는데,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되게 즐거웠어"
"은교 형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말야"
- - -
그렇게 오코노미야끼가 도착하고,
사실, 힘든 것을 떠나
지난 몇 달 간 속이 너무 답답했었다
전에 만나던 사람과 어떻게 보면 교통사고 같은 이별을 하게 되면서
그 충격의 여파가 컸어서 그런가
나는 또 내가 겪은 얘기를 주변에 그렇게 털어놓는 사람은 아녀서
혼자 고민하고 생각해서 더 그랬던 건지
사실 민수 형이랑 한 잔 하면서 얘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내가 너무 답답했었는지, 나도 모르게 전 연애 썰을 풀기 시작했다.
"민수 형, 내 전 연애 얘기 들어볼래?"
- - -
속에 응어리가 많았던 건지, 내가 쉬지 않고 무언가에 대해 얘기하는 상황이 되게 드문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한 시간을 쉬지 않고 얘기했다
결론은 이거였다.
'너 자신을 위해서 잘 헤어진 것 같다'
나도 내심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누구의 잘잘못 문제가 아니다.
그냥 결론이 그렇다는 것이다.
"형, 근데 내가 미련인지 그리움인지, 내 감정이 헷갈려"
"나 좀 잊고 싶은데, 그게 왜 이렇게 안되는지 모르겠어"
"내가 오랜만에 연애를 해서 그런건지, 너무 알 수 없게 헤어져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어"
"미련이기도 하고 그리움이기도 한거지"
뭐랄까.
나는 전 연애가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보고 싶어하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건지
내 미련과 그리움을 애써 눌렀었던 것 같다
아니,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행복했던게 맞는 건지, 아니었던 건지.
내가 애써 행복하지 않았다고 세뇌하는 건지.
다른 연애가 어떤지는 모르겠다.
나는 전 연애에서
알 수 없었던 것들이 너무 많고,
미해결된 감정들이 너무나도 많고,
솔직하지 않은 모습들,
마지막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나에게 마지막에 한 그 사람의 말들이
진실인지, 아니면 애써 포장한건지, 아니면 착한척을 한건지
알 수가 없다
# 내가 찾은 해답
그 사람은 다 훌훌 털어놓고,
자기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을 건데
나는, 내 일부는 아직 몇 개월 전 상황에 머물러 있는 것이
한심하기도 하고, 또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알 수 없는 것들을 시간 아깝게 알려고 하는 짓이
하등쓸모없는 것임을 알기에
그래서 내린 결론.
나는 사랑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으면 더 이상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이런 것이라면,
그것은 그냥 안 맞는 것이고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이제는 그 사람에게 모든 것이 달려있다는 것,
어차피 올 사람은 오고, 갈 사람은 간 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의 의중이 어떻든 중요한 것은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그 사람은 '떠났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마지막 말들의 의도와 뜻이 어떻든,
'떠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내 자신을 사랑해야지, 상대를 계속 바라 보고 있으니까
내가 계속 속이 답답한 것이다.
나는 원래 내 자신을 잘 사랑하던 사람인데,
그 사람을 만나고 나서 부터
내 자신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내가 하는 것들이 잘못된 것만 같았고,
(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잘못된 것이다 )
이제 와서 보니
이 세상에 내 편은 나밖에 없는데,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 갉아먹고 있었다.
( 나야, 내가 너무 미안해 으흑흑흑ㅠㅠㅠㅠ )
- - -
"어올갈갈"
어차피 올 사람은 오고, 갈 사람은 간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연연할수록 더 잘 안되는 법.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과
최선을 다했다면, 바꿀 수 있는 게 없기에
과거를 돌아볼 때, 너가 한 행동들에 대한 후회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과
그 행동들에 대해서 앞으로는 그러지 말고 더 잘해봐야지.
이 생각만 하면 되는 것.
이 생각을 하니까
비로소 내 자신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그 사실이고,
나는 그냥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나면 되는 것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라는 섬에서
뛰쳐나가겠다는 사람을 막을 이유가 없다.
흐르는 물에 뛰어들은 사람을
내가 다시 구해낼 수는 없는 법
물의 흐름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알 수 없는 근원에서 생성된 위대한 대자연만이 바꿀 수 있는 것.
# 그럼, 사랑이 뭔데?
사랑.
내가 희생하고 싶어지고,
무언가를 할 때 그 사람과도 나중에 같이 하고 싶어해지는 것
등등
사랑이 무엇이다. 라고 딱 대답을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것은
수치로 측정할수 있는 것이 아닌,
너무나도 고차원적이고 추상적인 것이라서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상대를 대할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
그리고 그 최선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 이후로는 전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
과거에 대해 반성을 하면서,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사랑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싶다.
내가 행복했었던 건지 아닌건지를 고민할 이유가 없고
이런 것들은 나중에 가면 자연스레 깨달아지는 것일뿐
내 다음 상대가 누구든
최선을 다하되, 내 최선을 밀어내고 뱉어낸다면
나는 그냥 뭐 어쩔수 없지하고 떠나면 되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솔직함과 예의를 갖추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 -
'사랑을 구걸하지 마'
'사랑하면, 헷갈리게 하지 않아'
'확실한 것은 너 자신이 좋은 사람이면, 그걸 알아봐주는 사람이 분명히 있어.'
'최선을 다했으면 더 생각할 것도 없어. 그걸로 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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