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진로] 내 마지막 여름방학을 돌아보며

expotential 2024. 8. 21. 15:07

# 다소, 기획과 관련이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마지막 글로 풀어쓰고 싶다.

 

나에겐 이번 여름방학이 정말,

큰 깨달음을 줬던 소중한 시간이라서

이렇게 마지막으로 한번 더 생각을 정리하고 가고 싶다.

 

# 내 인생 마지막 여름 방학

 

소제목 그대로,

내 인생 마지막 여름방학이다.

 

흰색 롱패딩 입고 과 오리엔테이션 가서

잔뜩 낯 가리고 긴장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아 나도 이제 학교를 떠나는 구나 생각이 들었다.

 

근데 살면서 이렇게 방학이 빨리 지나간 적이 없는 것 같다.

별거 안 한거 같은데, 시간은 야속하게도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이제는 나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내가 이번에 기디블스를 시작하면서 나에게 한 다짐들이 있다.

 

1. 솔직 담백한 감정들을 담아 읽기 쉽고, 몰입이 되게 하는 글을 써보도록 하자

2. 무너진 내 자신을 다시 제 궤도에 올려놓자

3. 내가 무너지면서 깨달은 것들을, 반드시 나 자신에게 장착하여 한 차원 더 성장하자

4. 좋은 사람 만나서 취준 같이 으쌰으쌰 하자

 

크게 이렇게 4가지인데,

역시나 예상했지만, 4번이 제일 어렵다. ( 짜증난다. )

 

그래도 나머지 것들은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완벽한가? 물어보면 그건 아니지만, 

뭐 그래도 100점 중에 75점은 줄 수 있는 것 같다.

 

방학 이제 2주 정도 남았는데, 남은 기간은 100점 처럼 살아서

평균을 조금이라도 끌어 올려 봐야겠다.

 

 

# 길을 잃었었다. 원동력을 잃었었다.

저번 겨울 방학 부터,

나는 앞으로 가는 힘을 잃었었다.

 

그 무엇을 해도 별 흥미가 없었고,

열심히는 했지만, 막 뭐랄까,

 

능동적으로 더 찾아보고 깨닫고,

생각을 확장시켜나가는 것들이 안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능동적으로 찾는 것을 하기도 싫었다.

프로젝트 기획을 하든, 운동을 하든, 책을 읽든,

그냥 모든 것이 숙제 처럼 느껴졌고, 빨리 대충 해치우고 쉬고 싶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한잔을 해도 속이 시원하지가 않고,

다음날 현타만 잔뜩 오고,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저번 학기 내내 쭉 동태 눈깔을 한 상태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다.

 

# 번아웃

나는 지쳤었다.

 

학기가 시작하는 3월부터 5월초까지는,

학교 갔다가 집에 오면 그냥 누워만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함으로써 만족감을 얻고, 새로운 원동력을 얻고 그러는데

 

나는 저번 학기 내내, 7평이 채 되지 않는 조그만 자취방에서

혼자, 고독하게 지냈던 것 같다.

 

아 그렇다고 해서 친구들을 안 본 것도 아니다.

맨날 친구랑 밥 먹고 시험 공부하고,

학교 축제도 재밌게 즐기고 그랬었고

또 전공 몇 개 안 들었긴 했지만 학점도 잘 받았고, 할거는 다 했었다.

 

그래도 뭔가 계속 만족스럽지 못했고,

사람과 교류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고,

나는 점점 더 혼자만의 어둠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어둠 속은 정말 위험한 곳이다.

한번 빠져들면, 어둠은 그 크기가 무한해서,

공허에 한번 빠지면, 빠져나오기가 정말 쉽지 않다.

 

내 진로, 커리어패스를 설정하는 것,

내 자신에 대해 고민 하는 것,

 

그리고 능동적으로 찾아보고, 공부하고, 사람과 교류하면서,

내 자신의 지식과 영역을 확장하는 것의 방법론에 대한 문제였다면 

 

이렇게 반년 정도 아무것도 안하고 멈춰있는 삶을 살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고,

 

어쨌든 "진짜 문제"는 

내 자신의 저 안쪽 깊은 곳에 있었음을 5월쯤 부터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두달 간의 정말 긴 고민과 노력들 끝에,

나는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진짜 문제를 찾았다.

 

나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지 않았다.

 

 

# 나를 사랑하는 것

나는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틀린 이유에 대해 먼저 설명하면,

나는, 내 정체성 그 자체를 사랑하기 보다,

 

나 자신의 내용, 즉 조건, 외모, 실력, 스펙 등 

사회적인 위치를 확인하는데 있어서 사용이 되는 것들을 사랑했었다.

 

그러니 내가 항상 그렇게 내 조건에 집착을 했고,

나보다 좀 더 조건이 뛰어난 사람을 보면 열등감을 크게 느끼고

괜히 또 혼자 위축되고 그랬던 거다.

 

열등감을 나를 더 발전시키려는 원동력으로 잘 사용하지 못하고,

나는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시기 질투를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라는 정체성 그 자체는

이 땅에 내려와 한 생명체에 잉태되어 존재하는 하나의 자아로서

 

그 어떠한 것도 해칠 수 없으며,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며,

나 자신의 무한한 사랑을 받아야 하는 존재인데,

 

나는 이를 무시하고, 외적으로 보이는 것들에만 집착을 하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 자꾸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좀 쉽게 흔들리고, fragile 했던 거다.

 

맞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면,

나는 지금까지 내 자신을 ( 조건을 ) 사랑하면서도

 

계속 나를 채찍질 하기만 하면서,

쉬어 줘야할 때가 있는데 잘 안쉬고, ( 쉬는 게 뭔지 잘 몰랐음 )

조금 과격한 표현을 쓰면, 나를 좀 갈구기만 했었고

 

또 항상 그 무엇을 하든 완벽하게 하려는 성향이 있는데,

내가 봤을 때 나도 모르는 이 "완벽"이라는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거 같으면,

 

시도 조차 하지 않고, 계속 미루기 일색이었다.

 

나는 이게 내가 내 자신을 싫어하고, ( 나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싫어한다고 하는, 두 역설적인 감정이 충돌하고 있는 )

또 내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서 그런건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가 나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내가 나 자신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상처 받을 일을 피하고,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해서

내 자신이 어떤 변수에 놓이는 것을 방지하고,

 

또 좋은 것만 주고 싶기 때문에, 오히려 내 자신을 더 채찍질 하고

완벽한 상황을 내 자신에게 주지 못할 거면 시작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내 자신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었다.

 

# 완벽이라는 것은 존재 하지 않는다

나는 항상 누가 먼저 하면,

그거를 보고 따라하는 스타일이었다.

 

내가 먼저 무엇을 능동적으로 찾아서,

길을 개척하고, 앞장 서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매번 주어진 것만 잘하고

새로운 것들을 잘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근데 이런 내 성향은, 내 기질과 정면적으로 충돌한다.

 

나는 욕심이 많고, 해보고 싶은게 많고,

또 정말 크게 성공하고 싶은데,

 

내 이런 성향은 내가 도전 하는 것을 막는 장애물이다.

그러니, 나는 항상 무언가가 불만족 스러웠고, 불행했던 것이다.

 

나는, 저 깊은 곳의 "나"는 "도전"이 하고 싶은데,

도전이 하고 싶다고 외치고 있는데,

 

내 성향이 이를 눌러버리니까, 계속 무언가가 찝찝하고 불행한 것이다.

 

완벽,

완벽이라는 것은 존재 하지 않는다.

 

우리 삶은 완벽이라는 것에 최대한 도달하기 위한 긴 여정일 뿐이지,

완벽이라는 것은 달성할 수도 없고, 

 

이를 달성한 사람은,

인류 역사에서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불행에서 벗어나서 행복할 수 있는,

그리고 완벽에 최대한 가까워지는 방법은,

 

나를 울타리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닌,

오히려 적극적으로 부딪히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new normal

내가 위의 것들을 몸소 깨닫고 나니까,

정말 내가 몇년 동안 고민했던 것들에 대한 답을 찾아내니까,

 

속이 너무 시원하고,

또 하나의 새로운 지평선 위로 도약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new normal"

 

나는 이번에도 한 단계 도약했다.

 

나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나를 동시에 미워하면서도, 내 조건은 계속 사랑을 했던

 

이 모순적인 사고 회로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에 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사람이 됐다.

 

 

# 삶의 의미

삶을 살아가는데 의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그냥 내가 "하루"에 나 자신을 헌신하는 것 자체가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고, 그것이 행복이고,

동시에 사랑하는 내 자신이 최대한 불행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나는 새벽까지 유튜브를 보긴 했지만 ( ... )

어쨌든 나는 내가 나를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구나를 깨달은 것만으로도

 

이번 여름 방학이 정말 의미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또 취업 준비도 하고 대학원 준비도 하고,

일상에 또 치이겠지만,

 

너무 근시안적으로 

 

아 자소서 언제써..

아 컨택 뭐 언제해..

 

이렇게 미시적인 것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한번 사는 인생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